인간의 잠재된 욕망, 파워 알약으로 봉인을 해제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 한다. 내가 지금 현실에서 발현하지 못한 어떤 파워가 있고, 그것이 어떤 트리거를 통해서 발현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상상하면 짜릿하기까지 해진다. 이런 능력이 일상에서 늘 발휘되면 DC의 X맨들처럼 보통의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질받고 배척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스위치 같은 기능이 있다는 상상을 더하게 되었다. 어떤 히어로들에게는 슈트, 장비 아니면 그냥 단순 초사이어인으로의 변신처럼 분노 같은 다양한 트리거를 부여했다. 영화 프로젝트 파워에서는 이런 트리거를 좀 더 단순화시켰다. 그냥 '파워'라는 알약이다. 활성화시키고 그냥 삼키기만 하면 된다. 단, 그 효과는 랜덤이고, 부작용은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강력하다. 경찰인 조셉 고든 래빗과 제이미 폭스, 그리고 마약상으로 도미니크 피시 뱅크가 출연한다. 이들은 시중에 마약처럼 유통되고 있는 '파워'의 공급책을 찾아 나선다. 파워를 복용한 사람들은 카멜레온처럼 몸의 색이 변하기도 하고, 강철의 피부를 갖게 되어 방탄 인간이 되기도 한다. 불타오르는 인간이 되기도 하고 얼음 인간이 될 수도 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다양한 슈퍼파워는 많은 동식물이 갖고 있는 특수한 능력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든 '바다탐험대 옥토넛'에 나왔던 '딱총새우'의 능력도 이 영화에서 등장한다. 옥토넛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딱총새우'의 능력은 유튜브에서 한 번씩 찾아봤을 것이다. 운 좋게 부작용 없이 발현되는 능력은 5분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다시 파워를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약을 복용해야 하고, 마치 마약처럼 계속해서 이 약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 이 사업을 이어가게 하는 구조이다.
슈퍼파워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
이 영화에서 마약상들이 마약을 판매하는 것처럼 '파워'알약을 공급 유통하는 마약상들의 거래 장면이 보인다. 신제품이고, 그 능력과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그 능력을 시연하는데, 판매자로서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품의 장단점을 다 공개해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5분 동안 갖게 되는 슈퍼파워는 범죄자들의 구미를 자극해서 한알에 5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이 약을 복용한 범죄자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경찰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약을 먹어서 대등한 파워를 가져야만 하는 설정이 깔려 있다.
인간이 아닌 생물들의 능력을 카피하는 것은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 행글라이더를 설계할 때 본딴 생물은 박쥐이다. 가늘고 긴 막대에 천을 덧댄 형태는 박쥐의 날개를 카피했다. 찍찍이로 아이들의 운동화나 바람막이의 소개로 많이 사용되는 벨크로는 가시 달린 도꼬마리라는 식물의 씨앗의 모양을 카피했다. 옷이나 동물의 털에 달라붙어서 멀리까지 이동하는 이 식물의 번식방법을 모방한 것이다. 연못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의 잎, 연잎은 아무리 비가 와도 빗물을 흘려버린다. 잎이 젖는 일은 없다. 이 방수 기술을 잎에 오밀조밀 돋아있는 작은 돌기들 때문이다. 개미 같은 외골격의 작은 곤충도 표면이 물에 젖는 경우가 없는데 이들의 껍질을 확대해 보면 나노 단위의 돌기들이 방수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술은 방수페인트로 개발되기도 했다. 해변의 염수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염생식물들의 나트륨 필터 기능을 모방하여 바닷물에서 96.5%의 염분 제거 기능을 가진 필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벌새는 하늘에서 정지비행을 하는 특기를 갖고 있다.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를 돌리지 않고, 날갯짓을 하는데 하늘에 가만히 떠있을 수 있는 것은 독특한 어깨 골격과 근육의 구조 때문에 가능하다. 하늘에 벌새처럼 가만히 떠 있을 수 있는 능력은 군사용 혹은 재난 구조용 드론에게 필요한 능력인데, 이미 10g에 불과한 초소형, 초경량의 벌새 드론이 개발되어 여러 실제 상황에 시범 투입된다는 기사가 있을 정도이다. 이 '프로젝트 파워'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 외의 다른 동식물의 슈퍼파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매번 말하지만, 이런 영화는 스토리의 개연성, 치밀함이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감상해야 하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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