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 타란티노 감독 스타일의 적응되지 않는 복수극
이 영화는 2003년 2004년, 거의 15년 전에 개봉한 영화다. 당시에 잔인한 하드코어적 액션 묘사로 화재를 모았다. 결혼식날 자신의 옛 동료인 빌에게 처형당한 주인공 우마 서먼은 4년을 식물인간 상태로 보낸 후 깨어난다. 결혼식장에서 '신부'였다가 머리에 총격을 당했기 때문에 극중 이름은 더브라이드(the bride, 신부) 혹은 '블랙 마바'로 나온다. 그녀는 전 동료에게 당한 것도 당한 것이지만, 당시 딸을 임신 중이던 더브라이드는 딸의 죽음에 고통스러워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우리가 할일을 적어두는 것을 'todo list'하고 하고, 평생 이루고 싶은 것을 적은 것을 'bucket list'라고 하듯, 더브라이드는 당장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을 정리한 'Kill-Bill list'를 작성한다. 자신과 남편을 죽인 빌을 포함한 총 5명의 이름이 적힌 이 리스트를 만든 후 가정 주부로 살고 있는 버니타를 찾아간다. 보통의 헐리우드 영화라면 아이 앞에서 부모를 살해하는 장면은 피할 텐데, 타란티노 감독은 그냥 죽인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세계관은 적응이 힘들다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모조리 휩쓸면서 선댄스 영화제부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정복해버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단지 영화가 좋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시나리오를 썼고, 비디오 대여점의 점원으로 일했던 경력이 영화 산업과 관련된 그의 경력의 전부였다.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에서는 배우와 조연, 엑스트라 외에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다 영화에 담겼지만,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명성을 얻은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그는 B급 유머와 농담, 조롱과 희롱을 섞어 관객들을 희롱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쉴새없이 주고 받는 대화가 귀를 혼란스럽게 하고, 동시에 흑백화면과 컬러화면을 오가는 연출은 눈을 어지럽힌다. 감독의 의도대로 휘둘리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독의 의도대로 정신줄을 놓고 화면을 바라보고, 영화가 끝나면 멍하게 박수를 치며 '역시 타란티노야'라며 찬사를 보낸다. 정식으로 영화를 배운적이 없어서 공식이랄게 없는 그의 작품들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타란티노 스타일'이라는 것이 생겼다. 화려한 색감과 예상할 수 없는 화면의 배치와 전환 그리고 사실적인 것을 넘어선 잔혹함이 그런 것이다. 이런 세계관이 처음에는 거북하고 불편하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세계관의 매력에 빠져 그의 영화에 갈증을 느끼게 된다.
모든 복수극의 교훈, 처리는 확실하게
킬빌에서 그 모든 유혈사태가 시작된 것은 빌이 더브라이드를 확실하게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4년이라는 시간을 식물인간이 되어 사경을 헤매긴 했지만, 만약 빌과 부하들이 그녀를 처음부터 잘 죽였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가만 보면 모든 복수 영화는 다 이런 식이다. 무언가 조금 부족한 처리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긴다. 디테일이 부족하달까? 무언가 조금 부족해서 촉발된 복수극을 타란티노 감독은 철저하게 디테일한 묘사로 그려낸다. 사방으로 튀어나는 피는 심장이 뛸 때 마다 펌프질로 뿜어져나가는게 맞다. 그냥 잔인하게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잔혹하게 묘사된다. 잔인하게 그려내는 것은 의도적인 연출로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잔혹한 것과는 다르다. 잔인한 것이 잔혹하게 되려면, 정말 실제처럼, 진짜 그러하듯 그려내야만 한다. 그는 줄곧 그렇게 해 왔다. 처리는 확실해야 한다. 그래야 복수를 당할 일이 안 생긴다.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4년 전에 죽였다고 생각한 더브라이드가 갑자기 나타나 살림을 잘 하고 있는 버니타를 죽이는 것 처럼, 제대로 처리안된 일은 시간이 충분히 지나 잊혀졌다고 생각할 그 때 갑자기 나타나 뒤통수를 친다. 디테일은 확실해야 한다. 하는 사람이 조금 대강 넘기는 것이 보는 사람에게는 손톱 밑에 가시처럼 계속 불편하다. 디테일이 살아있으면 타란티노 감독처럼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당시에는 이해안되던 그의 디테일들이 나이를 먹고 세월이 쌓이니까 이렇게도 해석이 된다. 나이를 충분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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