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과 닉 퓨리가 다 때려 부셔 가며 입으로 싸우면 존잼
코로나로 극장을 찾은 마지막이 언제였던가 싶다. 그리고 극장을 다시 찾는다면 커다란 화면과 사운드 시스템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액션 영화를 봐야겠다고 맘을 먹고 있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자동차, 폭발 같은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사하는 동시에, 킬러 쓰리썸 하는 세 주인공이 찰지게 쏟아내는 욕설들을 극장 사운드로 들을 수 있는 그런 영화다. '니 엄마 F'라는 욕은 뭐 카운트해보려다가 의미가 없다 싶어서 중단했는데, 미국 욕이다 보니 별로 들을 때 기분이 상하지도 않고, 그냥 영화 대사라고 생각하면서 보게 되었다. 셀마 헤이엑은 전편보다 더 많이 영화에 개입한다. 누군가에 납치된 남편 다리우스를 구하기 위해서 소니아는 안식년을 떠난 마이클을 섭외하고 여정을 시작한다. 남편을 구하러 가는 길에 유럽(그리스 제외)도 구하는 미션을 맡게 되고, 그렇게 마이클의 안식년은 날아간다. 이제는 악역을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소화하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멋진 슈트발과 목소리를 보여줬다. 젠틀맨의 멋진 겉모습 뒤에 숨겨진 잔혹성과 스스로를 보신하려는 모습은 악역 연기를 더 돋보이게 했다. 멋있게 늙어가신다. 안식년이라 총을 쓰지 않겠다며 후추 스프레이를 챙기고, 그 약속을 깨지 않으려고 애쓰는 마이클의 모습에서 짠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다리우스와 소니아 사이에서 그 둘의 애정행각을 참아내는 모습도 안됐기는 마찬가지였다. 모건 프리먼이 깜짝 등장해서 명성에 걸맞은 비중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억지라면 억지스러운 설정이 있긴 했지만, 네임드 배우 답게 연기 하나로 캐리 했다.
전남친과 현남편 사이, 불임과 입양의 복잡함
사실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과거가 있었던 소니아는 기억 잃고 그동안의 시간을 지내온 것처럼 연기한다. 부자들의 팥티에 잠입해서 보석 따위를 소매치기하던 중 안토니오 반데라사의 연인으로 지냈다는 설정이다. 만약 과거의 연인과 현재 남편 사이에 끼어 있는 그런 상황이 실제에서 발생한다면 얼마나 어색하고 민감해질까. 다리우스와 소니아는 1편에서 사랑하는 커플로 2편과의 사이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단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어서 아마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서로 몰래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리우스가 신혼 밤을 즐겨야 하는 시점에 자리를 비웠다가 납치되는 그 장면은 그가 불임치료(?), 상담을 받기 위해 이동하려는 순간이었다. 다리우스의 불임의 원인에는 마이클이 언젠가 발사한 총알이 그의 낭심을 날려버려서 그랬던 것이었다. 소니아에게 고용되어 다리우스를 구하러 다니면서 고민도 들어주고 마음도 통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엔 유머를 갈아 넣어 다리우스와 소니아의 자식이 된다는 입양 동의 서류에 마이클은 사인을 해 버린다. 코미디로 마무리하고 끝까지 B급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마무리하는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능담이라며 진짜 아기를 입양하는 장면을 추가했었다면,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액션도 액션인데, 안식년이라는 컨셉이 부럽다
영화의 초반에 마이클은 여전히 악목에 시달린다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사는 4차원이고, 말이 안 통하는 마이클과의 상담에서 아무런 진전을 못 내고 있고, 그를 포기하는 심정으로 안식년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총과 폭탄, 폭력, 미행, 경호 이 모든 것을 내려두고 떠날 것을 권한다. 이렇게 시작된 안식년 여행에서 마이클은 절대 성능을 보여준 노이즈 캔슬링 헤트폰을 쓰고, 시크릿을 읽는다. 주변에서 총격이 일어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헤드폰인지 궁금했다. 로고를 보여주는 장면은 없는데, 모양은 보스 QC 같았다. 열심히 일하는 시간을 보냈다면 충분히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안식년'이라는 콘셉트는 회사생활 15년을 계속 달려온 지금 굉장히 필요한 콘셉트이다. 안식년을 떠나 영화에 나온 유럽 5개국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영국, 슬로베니아, 불가리아)을 돌아다니면서 휴식을 갖고 싶다. 물론 소니아 같은 사람과 함께 다니면 정말 피곤하겠지만. 이제는 혼자 다시는 것을 항상 꿈꾸게 된다. 내가 내 몸 하나만 책임지면 되는 그런 여정을 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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