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강력한 널 내가 지켜줄게
2017년 개봉한 '킬러의 보드가드'는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와 어벤저스의 퓨리 국장, 사무엘 잭슨이 등장한다. 배트맨의 고든 서장(게리 올드먼)이 독재국가의 대통령, 두코비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국제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의 범죄를 증언해 줄 증인들이 계속 살해당해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사무엘 잭슨을 국제 재판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경호원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라이언 레이놀즈는 사무엘 잭슨이 저격한 의뢰인을 지켜내지 못해서 AAA 등급의 경호원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동안 죽여야 하는 사람을 경호해내고, 경호해서 살려야 하는 사람을 계속 죽이려고 해서 서로 사이가 좋을래야 좋을 수 없는 둘이었는데, 국제재판소로 안전하게 이송시키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티키타카를 2시간 동안 즐기면 되는 영화다. 각각 최고의 무력을 가졌으나, 둘의 스타일은 정반대이다. 최고의 보디가드답게 철저하게 신중하고, 계산된 액션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과 이와는 정 반대로 성격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임기응변 대처를 하면서 상황을 헤쳐가는 사무엘 재슨(다리우스)의 티키타카 액션은 화면과 사운드 모두를 꽉 채운다. 단 욕설을 엄청 많이 하는데, 한국어로 듣는 욕이 아니라 그냥 흘려듣게 된다.
이건 브로맨스라고 하기도 뭣하고
마이클이 다리우스를 지켜내면서 국제재판소까지 무사히 이동을 해야하지만, 둘은 철저하게 원수지간이었다. 그러나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또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한 번씩 지켜주면서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장르가 코믹 액션일 것이기 때문에 그 장르에는 정말 충실했던 영화다. 단 데드풀와 퓨리국장을 섭외해서 쉬지 않는 토크와 총알이 빗발치고 자동차가 터져도 거의 다치지 않는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다리우스의 사랑 이야기를 빼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있다. 조금 더 액션과 토크에 힘을 줬다면, 만약 그래서 영화 등급을 R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더 완성도를 높이고 콘셉트를 확실하게 하지 않았을까 한다. 어차피 영화를 봤던 당시에도 '킬러의 보디가드 2'가 나오겠네 하고 생각을 했었고, 2021년 지금은 그 속편이 개봉해 있는 상태다(이것도 보고 왔다). 아, 이런 장르는 브로맨스가 아니라 버디무비라고 한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머리로 보는 영화가 아니다
액션영화에서 치밀한 전개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 경우가 많고, 그것에 코믹까지 더해진 경우라면 기대해서는 안된다. 애당초 다리우스를 이송하기 전에 희생된 다른 많은 증인들을 생각해 보면, 호송 인원으로 그 정도 인원을 동원하는 것은 넌센스다. 습격해서 꺼내가시오라고 허락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마이클에게 다리우스의 호송을 의뢰한 전 여자 친구인 아멜리아와의 관계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이다. 물론 강등된 경호원 등급을 다시 AAA로 올려주겠다는 조건을 걸기는 했지만, 의뢰를 그냥 고지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뻔했다. 또 그녀와의 틀어진 관계에 대해서 다리우스가 중간중간에 조언을 해 주는 것들은 흔한 기사도-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고-를 설파하지만, 누가 누구한테 조언을 하는가 싶은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사무엘 잭슨은 1948년 생인데, 액션 장면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욕지거리를 계속 날리는데,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의 재회를 위해서 시계탑 위에 꽃을 올려두는 장면이 의외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하고 있다. 48년생으로 74세인 할아버지한테 여자 친구가 있는 것도 부러운 설정이었고, 그런 그가 계속 여자 친구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 내는 것도 멋있었다. 감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잘 표현해내는 것도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만약 기술의 영역이라면 '배워서' 될 같기도 하다. 한국 배우 중 74세인 할아버지 배우님 중 사랑을 위한 액션을 소화하면서 저렇게 애인에 대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누가 있을까? 번뜩 떠오르는 사람은 아직 없다. 얼마 전에 보고 왔던 '킬러의 보디가드 2'에 대한 리뷰를 곧 쓸 텐데, 1편의 기억이 나서 리뷰를 우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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