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하이츠는 워싱턴이 아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하이츠'는 워싱턴 하이츠로 미국 뉴욕시티 맨해튼의 북쪽 지역이다. 뉴욕에서 머무르는 동안 맨해튼의 남쪽과 중간까지는 다녀볼 엄두가 났었는데, 그 위쪽으로는 감히 생각도 못했었다. 여행자들끼리, 중부와 남부 구역만도 볼 것이 많은데, 그
'가난'하고 '위험'할 것 같은 지역을 갈 필요가 있겠냐고 해서 여행 일정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당시에 뉴욕 박물관까지만 올라갔었다). 워싱턴 하이츠, 할렘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이곳은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뉴저지와 조지 워싱턴 브릿지로 연결되어 있고, 이 도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자동차 다리다. 이 지역은 전 세계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인데, 특히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지역 마약, 총기 범죄율이 높은 구역이라고 한다. 지역 이름에 높이(heights)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미국 독립 전쟁 때, 독립군이 영국군과의 전투에서 이 맨해튼에서 가장 고지인 이 지역을 지켜내기 위해서 워싱턴 요새를 쌓아 올린 데서 기인한 것이다.
뮤지컬 영화에 스토리를 기대하면 안된다. 기대는 실망의 원인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두 주인공과 두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좀 엉성하게 풀려나간다. 주인공 '우스나비'는 도미니카 해변에 상점을 열고 살아가는 것이 꿈이다. 짝사랑하는 어릴 때부터의 친구 바네사와는 친구로 지내고만 있다. '바네사'는 큰 도시에서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펼치고 싶어 한다. 명문 스탠퍼드에 진학하게 되는 '니나'는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그녀의 부친은 니나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택시 회사를 매각하려고 한다. '우스나비'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도미니카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소니와 함께 떠나려 했지만, 불법체류 상태기 때문에 출국할 수 없는 상태였다. 우스나비는 바네사와 데이트를 하지만 싸우게 된다. '니나'는 불법체류자 문제(소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교로 돌아가게 된다. 우스나비는 바네사가 잘되기를 빌어(?) 주고, 떠나려는데 바네사는 가지 말라며 붙잡는다. 결국 짐을 다 싸고 떠나려는 그날, 우스나비는 다시 짐을 풀고 바네사와 결혼해서 딸과 함께 하이츠에서 계속 살아간다. 뭔가 복잡한 스토리였고, 보고 난 후에도 정리가 잘 안돼서 다른 리뷰들을 둘러보면서 정리를 했다. 뮤지컬 영화는 스토리를 생각하면 안 된다. 음악과 멋진 영상으로 만족해야 한다. 굳이 이 영화의 노래 가사들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키 메시지를 요약해 보면,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꿈은 사치일 수 있지만,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서로 기대고, 응원하다 보면 그런 꿈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하고 힘이 된다는 것이다. 즉, 꿈을 놓지 말고 파이팅하자는 말이다.
캐릭터와 음악은 기대하고 즐겨도 좋다.
주인공인 우스나비 역의 앤서니 라모스는 푸에르토리코 계의 브루클린 출신의 배우이다. 그는 실제 뮤지컬 원작 '인 더 하이츠'의 배우이다. 그래서 뮤지컬이 영화고, 영화가 뮤지컬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가게를 갖고 싶은 우스나비나 패션 디자인을 하고 싶은 바네사, 니나와 베니 등 많은 캐릭터와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 2시간 반 동안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모여서 사는 곳을 배경으로 한 만큼 흥겨운 음악과 춤이 끊이질 않는데, 객석에 앉아서도 들썩일 정도의 흥겨움이 전해졌다. In the heights는 특히 오프닝 곡인데, 배우들 각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하면서, 노래도 하면서, 그 가사 내용과 상황과 클라이맥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존 추 감독이 특기를 살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복권에 당첨되고 그 돈을 불법 체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고, 결국 사랑을 위해 꿈을 포기한 남자가 행복하게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는 스토리는 적절한 노래 가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장치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 더 하이츠는 동화 같이 예쁜 이야기를 신나는 음악과 멋진 영상에 담아낸 뮤직 같은 영화이다. In the heights는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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