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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극장에서 탈출할 곳이 없다. 결말도 없다.

by 무엇이든 읽음 202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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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과 윤아가 나온다니! 이건 봐야지!

한창 무더운 여름날, 아내가 좋아하는 조정석과 내가 좋아하는 윤아가 같이 나오는 영화 '엑시트'가 개봉했다. 딱히 볼 것도 없는 상황이라 아내와 극장을 찾았다. 조정석의 주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정석을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윤아는 윤아니까 다른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신경가스에 노출된 도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옥상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이들의 탈출 경로의 주요 루트이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운지, 가벼운지, 바람의 방향은 어딘지 확인할 것이 많다. 보통 독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깔린다. 우리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가스는 LNG, LPG 정도인데,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위로 퍼지고, LPG는 아래로 퍼져나간다. 가스 감지기도 그래서 각각 위, 아래에 다르게 설치된다. 신경가스는 코로 직접 흡입하지 않더라도 피부로 흡수되어 신체에 중독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에서 조정석과 윤아는 100L 쓰레기봉투로 온 몸을 둘둘 감고 방독면까지 쓴 상태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재난 탈출 액션이라는데, 재난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재난이 발생했다. 

극장에 입장하는 순간 탈출할 방법이 없다.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영화의 전반에 깔려있는 어색하고 불편한 PPL은 시선을 순간적으로 빼앗아 영화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보습학원, 식당, 기업광고가 무척 많이 나왔다. 도심의 빌딩이 배경이기 때문에 간판들이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불편함을 주는 부분이었다. 문득, 한국의 건물 외벽 광고판들이 너무 무질서하고 미적 감각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윤아는 영화 내내 달리기를 정말 잘한다. 재난 영화의 특성상 윤아의 예쁜 외모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수수한 모습에 열심히 연기를 하는 모습에 응원을 해 주고 싶었다. 드론이 나오기도 하고, BJ들의 라이브 방송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에 반영되기도 하고, 당시의 현실에 유행하는 것들을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은 박수를 쳐줄 수 있다. 이 영화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생각하고 보면 안 된다. 당시에도 아내와 시원한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거기서 기쁨을 찾으려 애썼다.

 

함께 겪는 위기 상황은 사랑에 빠질 확률을 높인다

조정석과 윤아는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 선후배 사이다. 취업과 직장생활이라는 팍팍한 생활에서 서로 어색한 재회를 한다. 이들은 한바탕 탈출 과정을 거치면서 사랑에 빠진다. 갑자기 키스를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는 직전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저런 위기 상황에서 만들어진 애정은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 영화에 대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심리학 실험에서 자주 나오는 사례를 소개한다. 높은 곳에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너는 실험이다. 남자와 여자가 각각 이 바람에 흔들리는 높은 다리를 건넌 후 상대방에 대해서 호감도를 평가하면, 평지를 건넌 사람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것보다 높은 호감도를 준다. 높은 곳을 지날 때 위기감으로 높아진 심박수를 뇌가 착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을 느껴서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제멋대로 믿어버린다. 비슷한 실험으로 살짝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만나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사방이 환한 곳에서 만나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보다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 있다. 사람은 마음에 드는 것, 흥미가 생기는 대상을 볼 때 동공이 확대되는데, 주변에 광량이 모자라서 확대된 동공을 뇌는 또 착각하는 것이다. 동공이 커졌으니 나는 저 사람을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들을 알고 나면, 그 높은 빌딩 숲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 둘이 호감을 갖게 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계단을 걸어 오르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고층 빌딩을 줄을 타고 건너 다니고, 밤늦게 그렇게 뛰어다녔으니 아마 서로가 서로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호감을 느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재난이 발생한 시간은 밤 11시가 지난 늦은 시간이었다. 어두운 밤이라 둘은 동공이 확대된 상태로 서로를 바라봤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작된 사랑은 위기가 지나고 평시의 평화가 찾아오면 쉽게 깨어질 수도 있다. 둘의 사랑을 응원한다. 이게 영화 EXIT에 대한 내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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