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바라고 또 바랐던 그녀의 복귀
근 2년 만에 개봉한 MCU 영화, 블랙 위도우는 코로나가 잠잠해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지금이라 더욱 반갑다. 타노스와의 대결과 블랙위도우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나는 나타샤 로마노프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수많은 작품들에서 죽은 영웅들을 여러 번 살려냈던 마블이기에 더 그랬다. 이번 영화는 그간 등장 비중, 다른 히어로들과의 캐미 비중에 비해 깊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나타샤를 집중 조명하는 작품이라 130분이라는 상영시간 동안 집중하면서 감상했다. 영화의 시점은 '어벤저스'를 UN의 관리 감독 아래에 두자는 소코비아 협정으로 팀이 분열된 그때를 배경으로 한다. 나타샤는 협정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고 노르웨이에서 혼자 지내는 것을 선택한다. 영화의 처음, 그녀의 가짜 가족이 소련의 슈퍼휴먼 프로젝트의 일부였고, 그때 헤어진 여동생 엘레나와는 각각 구소련의 여성 요원으로 길러지는 과정이 그려진다. 신경물질에 세뇌되어 의지와 상관없이 작전을 수행해야 했던 '블랙 위도우'들을 해독 물질로 구해내고 레드룸을 파괴한다는 내용이 큰 줄기이다. 엘레나와의 20년 만의 격한 재회는 그 급은 다르지만, 여느 자매들 간의 티키타카를 볼 수 있었고, 어린아이였던 엘레나가 다시 만난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가짜로 유지되고 있던 가족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진짜 부모와 자식의 끈을 찾아보려고 하는 눈빛은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여성해방 운동으로도 읽을 수 있는 영화
나타샤는 동생과 함께 구소련의 비밀 여성 요원인 '블랙위도우'로 길러진 인물이다. 동생인 엘레나는 신경조절물질 때문에 계속 조정받고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삶을 살았지만, 나타샤는 그곳에서 탈출하여 어벤저스의 삶을 살아간다. 엘레나는 언니가 어벤저스로 살아가는 동안, 레드룸의 비밀요원으로 살아야 했던 삶을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레드룸에서 자기와 같은 수많은 블랙위도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해방시키는 작전을 수행한다. 블랙위도우는 슈퍼히어로이긴 하지만, 초능력이 있는 존재나 신급의 능력을 갖고 있는 자가 아니다. 단지 혹독한 훈련으로 그 정도의 전투력을 갖게 된 사람이다. 하지만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헐크와 교감하고 그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인간 빌런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조정해서 화를 내고, 진실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존재로는 가장 강력한 히어로가 아닌가 싶다. 나타샤가 가짜 아빠를 구해내고 동생과 나누는 대화에서 어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엿들을 수 있었다.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배경에, 차고 문을 내리는 아빠와 그 옆에 사랑스럽게 다가가서 말을 건네는 딸, 그리고 어느새 같이 집으로 향하는 엄마의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나온다. 이 모습을 보면서 동생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한 적은 없었는지 물어본다. 예전 헐크와 썸을 타는 대사 중에, 헐크는 감마선에 피폭되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고, 나타샤는 어릴 때 자궁을 수술로 제거당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부분이 있었다. 이 장면에서 다시 한번 나타샤의 상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레드룸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그 많은 블랙 위도우들도 모두 나타샤나 엘레나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지금 우리 시대의 지구에서 종교적인 이유든, 사회구조적 이유든 어떤 이유로든 억압받는 여성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2대 블랙 위도우로 계승되지만, 개연성을 지킬 수 있을까
앤드 게임에서 이미 우리는 인피니티 스톤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 희생한 블랙위도우의 운명을 알고 있다. 앤트맨의 양자역학을 이용해서 호크아이와 함께 시간여행을 하여 보르미르 행성에서 소울 스톤을 얻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만 얻게 되는 소울 스톤(노란색)의 조건 때문에 블랙위도우와 호크아이는 서로가 죽겠다며 싸우게 된다. 결국 호크아이를 절벽에 박아서 걸어(살려) 두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블랙위도우 덕분에 소울스톤을 얻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다. '블랙 위도우'의 쿠키 영상은 2년 뒤, 즉 엔드게임 후의 시점을 보여준다. 이때는 이미 블랙위도우는 죽고,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죽었던 자들이 다시 살아나 있는 시점이었다. 이때 나타샤의 묘소를 참배하는 엘레나에게 갑자기 등장하는 코푸는 여자(발렌티나)는 다음 미션을 의뢰한다며, 언니의 죽음과 관련 있는 사람이라며 호크아이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제 MCU의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마블에게 이번 블랙위도우는 엘레나를 다음 블랙 위도우로 소프트 랜딩 시키는 중요한 작품일 것이다. 원작 만화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니가 사랑했고, 언니를 사랑했던 호크아이의 진심을 알게 된다면 이번 쿠키의 떡밥은 개연성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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