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pretty much fxcked.
소설 '마션'을 먼저 봤다. 이 소설은 첫 문장. '나는 방금 ㅈ됐다.' 이 한 마디로 하루 만에 이 책을 완독 하게 만들었다. 불의의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남자. 심지어 신체적으로 강인하지도 않고, 화성까지 그를 거기에 가게 만든 그의 전공은 식물학이었다. 삭막함의 대명사인 화성에 왠 식물학인가 싶었으나, 화성을 지구인들의 이주지로 만들기 위해서 화성에 식물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선발된 사람이었다.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기지를 발휘해 화성 탐사대가 남겨두고 떠난 기지에서 감자를 기르면서 생활하게 된다. 수소와 산소를 이용해서 H2O, 물을 만들어내서 감자를 재배하는 그의 기지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과학 기초지식들을 다시 생각나게 만들었다. 정말 아무도 없는 화성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그렇게 살아낼 수 있을까? 패스파인더, 화성 탐사로봇을 찾으러 긴 모험을 떠나고, 마침내 찾아낸 패스파인더로 자신의 생존을 NASA에 알리고, 그리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텨내는 마크는 의지력의 화신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굿 윌 헌팅의 지적인 배우, 맷 데이먼의 지적인(?) 연기를 왠지 마크의 생존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인간의 의지가 결국 열쇠다
만약, 언젠가 좋은 시절이 와서 마크 같은 똑똑한 박사가 아닌 일반인이 화성을 여행할 수 있는 시절이 온다고 하자. 우리가 붉은 행성, 화성에 도착해서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하고 이곳 저곳을 관광하고 다니다가 마크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본다. 조금 더 선심을 써서 마크처럼 식물학에 지식이 있고,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도 가정해보자. 그래도 우리는 마크처럼 NASA에 생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모험을 감행하고, 혼자서 감자를 키워내고 외로움을 이겨내면서 구조대를 기다릴 수 있었을까? 만약 나였다면, 어느 정도 버티다가 우주복의 헬멧을 깨버리고 죽음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외로움과 희망이 1도 보이지 않는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다. 제 아무리 건장한 사람이라도,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마크처럼 'I'm pretty much fxcked'라고 구시렁거리면서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는 의지가 없다면 저 척박한 화성이 아니라, 풍요로운 지구, 그 와중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한국에서도 살아님기 힘들 것이다. 근데 그 와중에 맷 데이먼을 검색해 보니 하버드 영어영문학과 중퇴의 학력이네? 고졸이다.
원작 소설을 상당히 잘 살린 마션
원작 마션에는 물리학과 화학을 상당히 공들여서 설명한다. 아무래도 지구와는 다른 환경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생존하는 마크의 활약을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서 그랬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감독은 화면으로, 배우들의 대사로 이런 설명들을 퉁친다. 원심력으로 가속해서 화성으로 다시 돌아가는 구조대의 결정을 모니터에 떠오르는 심플한 애니메이션으로 대신한다. 화성에서 탈출해서 구조대와 랑데뷰하는 그 복잡한 물리학을 마크가 뚝딱 만들어낸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원작 소설이 갖고 있는 과학 교과서 같은 디테일들을 섬세하게 살려낸다. 쓸데없는 로맨스와 비극 따위 없었던 원작의 분위기와 느낌을 그대로 갖고 오는데 성공했다. 소설 마션을 읽은 직후,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면 어떤 그림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바로 검색해봤더니 영화화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고, 맷 데이먼이 주인공이라는 소식에 더 이상의 캐스팅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상으로 구현된 영화 마션은 아마 내 생에 가보지는 못할 '화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생존기, '로빈슨 크로소'가 화성에서 혼자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도 해봤다. 조금 더 가까운 작품으로는 '캐스트 어웨이'가 있다. 모두에게서 떨어져 절대 고독을 바라는 것은 왠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꼬여있는 심리 같기도 하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하면서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이상한 심리. 이런 것 때문에 아마 마션, 캐스트 어웨이, 로빈슨 크로소 같은 혼자 남겨지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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