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레베카, 존재하지 않는 그를 극복하는 것의 어려움

by 무엇이든 읽음 2021. 7. 19.
반응형

레베카 넷플릭스 포스터

소설과 히치콕의 원작이 있는 영화, 레베카 2020

이 영화는 다프네 뒤 모리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그 유명한 히치콕 감독의 영화와 스릴러 뮤지컬 작품이 있다. 2020년 넷플릭스 버전의 영화 이전에 이미 짱짱한 레퍼런스들이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시녀 역할을 하던 주인공이 상류층 유명인사인 맥심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하게 된다. 좀 급작스러운 결혼식이긴 했지만, 맨덜리 저택에서 신혼생활을 하게 된 주인공은 맥심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이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는 갈등이 전개된다. 특히 사고로 사망했다는 맥심의 전 부인인 '레베카'는 영화 내내 작품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에 계속 출연하는 것 같은 존재감을 보인다. 주인공의 이름이 레베카인 줄 알았는데, 맥심의 전 부인 이름이었다.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 상대, 레베카와 경쟁을 하는 듯한 생활을 이어간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계속되는 기억 경쟁은 주인공을 점차 지키게 만들고, 남편 맥심은 전 부인의 방에 드나들면서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미 사고사 한 것으로 결론이 난 레베카의 진짜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의 의심을 받게 되는 맥심을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닌다. 마침내 진단서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여 맥심의 무죄를 입증한다. 결국 밝혀지는 레베카의 죽음은 맥심과 레베카의 갈등 때문이라는 식으로 좀 허무하게 영화는 마무리된다.

레베카 히치콕 포스터

2020년 버전의 영화는 대저택 맨덜리의 아름다운 풍광과 시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연출에서는 어깨 근육을 긴장하게 만드는 서스펜스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레베카, 이름 없는 주인공

작품 내내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레베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은 아름답게 기억되기 마련이고, 고인에 대한 기억 역시 미화되기 쉽다. 지나치면 우상화되기도 한다. 고인이 된 레베카는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아름답고, 똑똑하고 우아한 사람이었다. 이런 레베카에 비해 주인공은 레베카를 따라잡기 위해서 애쓰지만, 결단력 부족하고, 우왕좌왕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특히 상류층의 시녀 출신인 배경 때문에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했는데, 사망한 전 부인이 있고, 그녀의 공간이 집안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본인과 고인을 하나하나 비교한다고 생각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부친 혹은 모친과 끊임없이 비교되면서 스스로를 증명해낼 것을 요구받는 사람들을 왕왕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영화 속 주인공과 마찬가지의 압박을 받는다.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내가 그 자체로 존중과 인정을 받지 못하면, 존재는 위축된다. 스스로의 지난 모습과 비교하면서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친구, 외부의 누군가 혹은 부모님의 지난날과 비교를 당하게 되면 불안감과 열등감과 경쟁에 대한 공포가 자리하게 된다. 심지어 부모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게 되는 경우의 많은 경우는 심각하게 미화된 부모의 과거와 비교된다. 아빠가 어릴 때는, 엄마가 어릴 때는, 같은 식으로 미화된 과거를 끌고 나와서 아이들의 앞에 갖다 대는 경우다. 비교를 당하는 주인공들은 대상에게 적개심을 품게 된다. 친구와 비교를 하면 친구에게 적대심이 생겨나고, 지난날의 부모와 비교하게 되면 그 부모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된다. 아이를 기르는 우리는 아이들이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면서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한다. 스스로와의 경쟁을 하면서 주변의 친구들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레베카와 경쟁하면서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심약해졌던 주인공이 '레베카처럼' 살아보려고 했던 그런 흉내 내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