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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결국 우리는 어딘가에 기생하며 살고 있는게 아닌가

by 무엇이든 읽음 202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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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석은 진짜 돌일까?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다 똑같이 태어나지만, 살아갈 환경은 다 다르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흙수저, 금수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기생충은 부잣집에 기생해서 그들의 영양분(돈)을 쪽쪽 빨아먹으면서 집안의 환경을 바꿔보려고 시도하는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주인공이다. 기택의 아들 기우는 삼수, 사수를 하면서 수능에 도전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는 기우의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는 환경에서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어렵던 상류 계층으로의 이동이 유학을 가는 친구 민혁의 소개로 단번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동익(이선균)의 집에 기생을 시작한다. 반지하 방에서 피자박스를 접으면서, 와이파이를 훔쳐 사는 삶에서 탈출하지 못하던 기우의 집은 기우의 과외를 시작으로 온 가족이 동익의 집안에 기생을 시작한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면서 점점 살림이 나아지지만, 퇴근하고 이들이 돌아가는 곳은 다시 결국 반지하방이다. 비가 오면 물이 차올라 넘치는 곳. 환경을 벗어나는 것은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다. 겨우 다른 환경으로 옮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외부의 도움이 사라지면 다시 원래의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계속 영화는 말한다. 

안 보이지만, 풍기는 향은 사람의 급을 나눈다

영화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스크린에 여러 오브제들을 이용해서 선을 구분해둔 장치는 화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급을 나누는 냄새, 좋은 향, 악취는 영화에서 관객이 경험할 수 없다. 동익은 마지막 파티 장면에서 악취에 질색하면서 코를 막았다가 기택(송강호)에게 살해당합니다. 아무리 좋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것을 먹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좋게 바꿨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는 어떻게 안 되는데서의 좌절감, 분노를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제 아무리 사장이고 임원이라도 그에게서 풍기는 향이 다른 사람이 있다. 저 정도 급은 안될 사람인데, 그런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게 이상하다 싶으면, 그는 다른 냄새를 내뿜는다. 저렴하고 상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의외의 기품을 뿜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자리와 지위에 맞는 품위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이런 것을 '아비투스'라고 한다. 송강호가 동익의 벤츠를 타고 제아무리 다녀도, 기사가 주인의 차를 운전하는 것 그 이상은 아니다. 기우가 부잣집 따님의 고액과외를 하면서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의 모습은 사수생일 뿐이다.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받은 영향을 싹 다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향기는 변하기 어렵다. 사장의 아들이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송강호의 가족들에게서 모두 같은 향이 난다고 말하는 것은 가족이니 반지하의 같은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여정은 이런 냄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 동익(이선균)과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에 성공했으나, 원래의 배경이 바뀌지는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런 향이 향수나 페브리즈로 숨겨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도 결국 남편에 기생하고 있는 걸까?

우리의 삶은 기생에서 공생으로 넘어가려고 애쓰는 과정이다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할 때, 늘 이야기하는 것이 '선'이다. 사장 동익(이선균)은 '선'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 좋아 보이고 젠틀하고 돈까지 많은 그는 그가 생각하는 '선'을 넘지 않을 때만 그러하다. 급이 안 되는, 그래서 그가 인정하지 않는 누군가 그 '선'을 넘으려는 시도를 하면 경보장치가 발동한다. 사회적인 존재, 환경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에, 어딘가에 기대서 살아간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에게 기댈 수밖에 없고, 100% 의존하게 되는 관계는 '기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기가 부모에 기생한다는 표현은 '선'을 넘은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계속 기대는 상대를 바꿔가면서 자라난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한 다음, 취업, 창업, 공부, 연구, 결혼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길러준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우리를 보듬어 그 안에서 살아가게 해 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기생의 단계에서 공생의 단계로 넘어가려 노력한다. 이 영화에서는 진짜와 가짜를 선을 그어서 구분한다. 그것도 모자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냄새로 한 번 더 구분해 준다. 영화의 구석구석에 배치된 여러 암시와 상징들은 선을 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거짓이 가득한 과정이라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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